사랑하는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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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장태희(18)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148회 작성일 12-03-07 16:03본문
선생님이 급작스럽게 떠나신지도 벌써 10년이 되었습니다.
전에 다른 선배들을 통해서 어렴풋이 미국의 선생님 묘소 인근 선배들이 추모 모임이 있다고 들었으나,
졸업한지도 오래되었고 돌아가신지도 오래되셔서 선생님에 대한 추억이 아득하지만, 문득 문득 선생님 생각이 많이 듭니다.
요즘 교권이나 학생 인권에 대해 말이 많지만, 선생님은 당시에도 그러했고 지금은 더 더욱 가장 훌륭하셨고 제자들을 사랑하셨던 분입니다.
저의 고3담임이셨고 당시 저는 부반장(반장이었는지 부반장이었는지도 기억이 아득합니다)이어서 종례후에도 선생님 심부름을 하거나 선생님이 "칩거"(?)하셨던 상담실을 찾는 일이 잦았습니다.
선생님은 말그대로 하루 종일 제자들 생각만하셨습니다.
선생님은 공부잘하는 학생에게는 대범하게 꿈을 갖을 것을 강조하시면서도 더욱 노력할 것을 채근하셨고,
공부를 잘 못하거나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지도 못하던 학생들에 대한 고민은 더욱 많으 셨습니다.
학교에 연락 없이 안나오거나 상습적으로 지작하는 학생은, 반장 부반장과 함께 직접 아침에 집에 찾아가서 아이를 깨우셔서 기다렸다가 데리고 오셨고,
반에서 1등하는 친구가 전교 1등을 하기를 바라기보다는(물론 간절히 바라셨습니다만),
전교에서 꼴찌를 하던 친구가 전교 등수가 20-30여등(당시 제 눈에는 거기서 거기라고 느꼈습니다만) 오른 것에도
너무나 기뻐하여 눈물을 글썽이며, "하나님 감사합니다"를 제 앞에서 여러번 외치기도 하셨습니다.
항상 크고 작은 시험때에는 한시라도 빨리 가서 공부하라고, 한명도 빠짐없이 포기하지 말라고,
직접 교실과 담당구역인 화장실 청소를 혼자하셨습니다.
(저는 졸업후, 군입대전 선생님을 찾아가 인사를 드린 적이 있었는데, 마침 그날이 중간고사 전날이어서 선생님과 함께 후배들의 교실을 청소한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은 학생 전체가 대청소를 하는 것보다 더 정성으로 열심히 청소를 하셔서 당시에 내가 은근히 힘들고 귀찮은 감정이 들기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은 책상 하나 하나를 밀으시면서 허공에 대고 책상 주인인 아이들 하나 하나의 이름을 외치면서, " 아무개는 수학이 약하니 모레 수학시험에 각별히 도와주십시요.." " 아무개는 지난번에 꼴찌에서 몇등이나 올랐는데 더욱 분발하게 도와주십시요" 라면서 모든 학생들에 대해 기도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 선생님이 내가 학교다닐때도 저렇게 하셨구나...하면서 감사하고 죄송한 마음을 갖기도 하였습니다)
사랑하는 선생님은,
병으로 누워계셔서 남은 시간이 얼마 없을때에도 옛 제자들의 걱정만 하셨습니다.
제가 처음 병문안을 갔을때,
제가 공부하는 것에 대해서 잘 안되어 다른 방법도 생각 중이라고 하니 크게 꾸짖으면서
" 너는 원래 생각이 많고, 중요할때 우유부단하다. 남자는, 젊을때는 포기하지 않고 승부를 걸어봐야지 이것 저것 따지는건 젊은 놈이 할짓이 아니다" 라고 하시기도 하셨는데,
당시 말씀을 듣고서 서운하기보다는, 제가 학생시절에도 선생님이 박달나무 몽둥이를 휘두르실때 힘에 겨워 하시면서도 끝까지 엄중한 매를 들던 모습과 오버랩되면서,
선생님께 죄송하고 감사한 마음뿐이었습니다(선생님께 죄송하게도 저는 하던 공부가 잘 안되었고 지금은 다른 일을 하고 있습니다).
두번째 병문안을 갔을때, 투병으로 몸과 마음이 모두 지치신 선생님께 보여드리려고 꽃바구니를 가지고 갔다가 병실에는 가져갈수 없다는 병원직원의 제지로 병원 현관에 꽃을 맡겨서 아쉬웠습니다.
그런 사정을 선생님께 말씀드리니, 선생님은 한참 눈을 감고 코를 킁킁하시더니 "향기가 좋구나, 꽃이 참 이쁘다" 라고 하셨습니다.
사랑하는 선생님.
선생님이 너무 보고 싶습니다.
고약한 제자는 크고 작은 삶의 어려움이나 고민의 시간이 있을때야 비로소 선생님이 안계시다는 것이 너무나 외롭게 느껴집니다.
그래도 선생님의 많은 제자들은 곳곳에서 선생님을 추억, 추모하며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선생님 가르침대로 바르게 살고 있으니,
항상 편하고 즐겁게 계세요.
선생님 너무나 감사하고,
너무나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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